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나폴리가 인정한 피자 명장,
이젠 소시지 배워보겠다고
오밤중에 날 들들 볶아대네

김대천 셰프가 나를 추천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를 추천했을 것이다. <중앙일보 11월 23일자 24면 셰프릴레이 4회> 좋아하는 식당을 단 하나 꼽으라면 ‘톡톡’이다. 음식 만드는 것뿐 아니라 먹는 것도 일이다 보니 새로 생긴 레스토랑은 다 가본다. 더 화려한 데가 많지만 ‘톡톡’은 식재료를 선별하는 눈이 있다. 멋 부리는 게 아니라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본질이 보인다.

내가 요리사로서 한 게 있다면 제자리를 잘 지킨 것이다. 2008년 ‘레스쁘아’를 열었을 당시는 우리 음식계가 ‘모던 퀴진’(셰프의 창의성을 강조하는 파인다이닝)에 눈을 뜨던 시점이었다. 서양식의 기본은 프랑스식이다. 된장찌개·김치찌개를 모르면서 한식을 한다 할 수 없지 않은가. 기반을 알아야 변형이 가능하다는 믿음에 프랑스 전통 음식과 기초를 보급하고자 했다.

이런 생각엔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조부(임광식)는 1948년 일본 오사카(大阪)에 ‘야키니쿠’라는 이름으로 한국 불고기 식당을 처음 내셨다. 지금도 ‘쇼쿠도엔’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원조 한식당이다. 할아버지가 일본에 새로운 음식 문화를 소개했듯 나 또한 한국에 제대로 된 프렌치 음식을 알리고 싶었다.

‘샤르퀴트리(charcuterie, 프랑스식 숙성 육가공품)’를 직접 하게 된 것도 한국에서 제대로 된 샤르퀴트리를 구할 수 없어서였다. 공부하고 실패하고 프랑스에서 배워 오고 또 실험하고. 이젠 창작 샤르퀴트리를 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래서 ‘꺄브뒤꼬숑’을 지난해 열게 됐다. 현재 메뉴에 파테·테린 11종과 소시지 11종 등을 갖추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것. 내가 서래마을 ‘볼라레(Volare)’의 정두원 셰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12월 국내 최초로 나폴리피자협회의 ‘베라 피자(Vera Pizza)’ 인증을 받았다. “이게 진짜 나폴리 피자”라는 베라 피자 인증을 받기 위해선 재료·조리법·하드웨어 등 전반에서 깐깐한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정 셰프는 정통 나폴리 화덕피자가 뭔지 알리고자 그 엄격한 테스트를 처음 도전하고 통과했다. 이젠 협회의 요청으로 한국에서 베라 피자 인증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볼라레’ 이름 옆엔 ‘장미의 숲’이라는 부제가 있다. ‘장미의 숲’은 정 셰프의 부친이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2007년까지 약 30년 운영했던 양식당의 이름이다. 희미한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가서 그 집 피자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피자 집으로 대를 잇고, 이탈리아에서 공부해 와 베라 피자 인증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뿌듯하실까.

요즘은 나한테서 샤르퀴트리까지 전수받고 있다. “살시차(salsiccia·이태리식 소시지) 파스타를 하고 싶은데 제대로 된 살시차를 구할 수 없다”며 직접 만들어보겠단다. 나와 꼭 같은 기계를 사서 재료를 넣었다 망치고 또다시 하는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녀석이 배우러 오겠다 하면 밤늦은 시간에도 기꺼이 맞아준다. 질리도록 말한다. “이것의 기본은 말이야~.”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