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프랑스서 단련된 수제 육가공 … 고기 살이
실크처럼 부드러워 셰프들이 찾아가는 ‘심야식당’

요즘 시간 나면 경기도 여주 쪽 땅을 보러 다닌다. 장인·장모님이 농사지으실 농장이다. 프렌치(French) 식당을 하다 보면 외국 재료가 필요한 음식들이 있는데 수입 재료가 없어서 그 맛을 못 낸다는 핑계가 싫다. 한국에도 얼마든지 좋은 재료가 있다. 없으면 길러서라도 좋은 맛을 내고 싶다.

그 뜻을 처가에서 이해하고 ‘자급자족 농장’ 꿈에 동참해 주셨다. 퇴비·농약 없이 식물의 자생력으로만 기르는 유기농 자연농법을 할 생각이다. 나는 정말 강한 생명력은 ‘식물성’이라고 믿는다. 제 힘으로 꼿꼿이 사계절과 맞서 자란 식물은 맛에서도 생명력이 배어난다. 10년 뒤 그 맛을 낼 식물을 꿈꾸며 농장을 일굴 생각이다.

그런 마음을 굳힌 게 5년 전 일본 도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람베리(L’embellir)에서 스타주(stage·견습)를 하면서다. 채소를 비롯한 식재료를 최소한 손질해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나오토 기시모토 셰프에게 깊이 감명받았다. 새벽 시장 식자재가 오전 11시 전에 레스토랑으로 배송되는 일본식 유통망 또한 부러웠다.

톡톡(TocToc)을 시작하면서 그런 샐러드를 만들고 싶었다.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를 비롯해 그 본질을 알아채는 손님들이 반갑다. <본지 11월 16일자 22면 ‘셰프 릴레이’ 3회> 식당 입장에선 원가도 못 받는 메뉴인데, 아는 분들은 꼭 주문하신다. 서울 압구정동 골목 안 3층에서 3년째 식당을 끌어올 수 있던 원동력이 그분들이다.

밤 11시 식당 문을 닫고 나면 나도 누군가의 정성이 깃든 음식을 먹고 싶다. 그럴 때 찾는 곳이 신사동 ‘꺄브뒤꼬숑(La Cave du Cochon)’이다. 2008년 불모지나 다름없던 프렌치 음식계에 청담동 ‘레스쁘아 뒤 이브’로 이정표를 제시했던 임기학 셰프가 새로 열었다. 임 셰프는 국내에서 이름도 생소했던 ‘샤퀴테리(charcuterie, 프랑스식 숙성 육가공품)’를 본격 도입한 분이다.

허기진 밤, 누이의 손등 같은 번(bun) 사이에 포개진 양고기 패티(patty·고기 등을 다져 동글납작하게 빚은 것)와 토마토·치즈·치커리를 깨문다. 잘 숙성하고 조리해 실크처럼 씹히는 고기 살에 매콤·그윽한 소스가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프랑스 전통·지역 음식을 부단히 연구하고 스스로 수제 육가공을 수련한 결과다. “프랑스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 제대로 된 프렌치를 하고 싶다”던 형의 뚝심이 빚어냈다.

얼마 전 한국의 미슐랭을 추구하는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형이 ‘2015 올해의 셰프(외국음식 부문)’에 선정됐다. 방송에서 이른바 ‘스타 셰프’로 뜬 것도 아닌데, 미식 독자들이 투표로 뽑은 결과가 그렇단다. 자기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준다. 설령 몰라줘도 나 자신은 알지 않는가.

정리=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