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주의 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간장 갈비찜에 된장 양고기 보쌈 …
할랄 장벽 뛰어넘다

지난달 열린 쿠웨이트 한식 홍보 행사는 이제까지 겪은 행사 중 가장 기획하기 어려웠다. 각국 문화·음식·관습·취향을 알아야 효과적인 홍보 전략이 나오는데 아랍권에 대한 정보가 무척 제한돼 있어서였다. 그 중심에 ‘할랄’과 ‘하람’이 있다.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의 할랄은 이슬람 율법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한다. 육류는 성인 무슬림이 알라의 기도문을 외우면서 단칼에 가축의 목구멍을 절단해 동맥을 끊는 다비하(Dhabiha)식 도축만이 허용된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하람’은 더럽고 허용되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 돼지고기·술·마약뿐 아니라 자연사하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도 포함한다. 할랄 식품은 가공·포장·보관·운송 등 유통 과정에서도 하람과 철저하게 분리돼야 한다.

‘석유 위에 떠 있는 나라’로 불리는 쿠웨이트는 국민소득 5만 달러의 부국이다. 그런데 성인 25%가 당뇨·비만 등 성인병을 안고 있다. 밤늦게까지 저녁을 먹는 식습관에다 꿀에 절인 대추야자 등 단 음식 섭취로 인해서다. 이렇듯 우리와 다른 식습관과 관습을 가진 나라에다 어떻게 한식을 알릴 수 있을 것인가.

마침 청정원에서 식초·물엿·김·미역 등의 한식 재료로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이 나와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재료들을 이용한 메뉴를 구성하고 사찰, 반가, 궁중 음식, 거리 음식 존(zone)으로 나누었다. 여기에다 그들의 할랄 육류와 우리의 발효된 장(醬)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맛’을 선보이기로 했다. 담양의 기순도 명인의 청장(淸醬·진하지 않은 간장)을 이용한 갈비찜, 해남 한안자 명인의 5년 장 소스를 바른 숯불고기, 청송 성명례 명인의 된장으로 끓여 낸 양고기 보쌈과 순창 문옥례 명인의 고추장으로 버무린 양불고기 등을 준비했다.

10월 13일 국경일 행사 만찬에 이어 특급 리젠시호텔에서 5일간 열린 ‘코리안 푸드 페스티벌’은 대성황을 이뤘다. 쿠웨이트 교육·보건·주택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비롯해 한국 신부남 대사와 각국 외교사절이 섹션별 한식 상차림을 사진에 담기 바빴다. 특히 숯에 구운 바싹 불고기와 된장 소스의 양고기 보쌈이 인기였다. 리젠시호텔 조리사들은 한식 레시피에 관심을 보였고 어떤 셰프는 “왜 이렇게 참깨를 대부분 음식에 쓰는가”라고 물었다. “사실 ‘열려라 참깨(Open sesame)’라는 주문이 한국에서 나온 말로 음식의 맛을 여는 비결”이라고 답했더니 폭소가 터졌다. 그 다음날 시리아에서 온 셰프가 주방에서 모든 음식에 참깨를 넣더라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얘기가 들려왔다.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16억 인구의 무슬림 시장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고 문턱이 높다. 7000억 달러 규모의 할랄 시장을 문화적 이해와 존중 없이 접근한다면 저 거대 시장은 램프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요정 ‘지니’와 같을 수 있으리라.

<한식레스토랑 ‘콩두’ 대표 한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