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2010년 다보스 ‘한국의 밤’
한식 상에 내놓을 인삼·막걸리
통관 어려워 대통령기로 공수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의 밤(Korea Night)’이 열리게 됐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를 일컫는 것으로 각국 정·관·재계 수뇌들이 모여 세계경제 발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그 전해인 2009년 한국 이름을 내건 첫 번째 행사가 열렸을 때는 에드워드 권 셰프의 총지휘로 메뉴가 차려졌다. 김치·초계탕 등 우리 식재료도 많이 들어갔지만 캐비아나 푸아그라 같은 외국 고급 식자재가 메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0년이 특별했던 것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현직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 참가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한 행사 기획 프레젠테이션에서 나는 행사장 전체를 큰 ‘코리안 테이블’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한식의 기본 상차림인 찬·밥·국·찜·구이·전을 우리의 식재료로 만들어 각 부스에 차리되 형태는 ‘고품격 한입거리’로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400명이 서서 음식을 먹게 될 텐데 과연 한식으로 가능한가’ ‘세계 최정상급들이 모이는 자리에 캐비아나 푸아그라 같은 최고급 식자재가 없다면 격이 떨어질 게 아닌가’ 등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식이 한국 행사의 전면에 나서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는 행사에서 VIP들을 끌어들이려면 비싸지만 어디에나 있는 메뉴보다는 우리 고유의 음식을 편히 접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 바로 9개월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힐튼호텔 총주방장이었던 박효남 상무가 행사 총주방장을 맡았다. 우리는 어떤 메뉴에 어떤 그릇이 어울릴지부터 식자재 수급까지 모든 것을 의논했다. 비빔밥을 담을 돌그릇, 전류 등을 올릴 백자, 한입에 먹기 좋게 담을 청자 스푼 등을 만들어 냈다.

날짜가 다가와 준비한 식자재를 스위스로 보내야 할 때 문제가 생겼다. 스위스 법에 따르면 우리의 전통 주류와 인삼 같은 생채소(?)류는 통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음식과 전통주를 맞춰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외교부가 아이디어를 냈다. 대통령이 스위스로 타고 갈 특별기에 직접 실어 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행사 전날 대통령과 함께 도착한 막걸리와 인삼을 현지에서 전달받았을 때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

다보스라는 스위스의 조그만 마을은 매년 1월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 된다. 각 나라가 평소보다 몇 배 비싼 금액을 치르고라도 숙소 및 행사장을 확보하려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사를 열 모로사니 슈바이처호프 호텔도 마찬가지라 준비작업을 할 여유공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주인에게 사정해 겨우 얻어낸 곳이 야외 주차장 한구석이었다. 꽃꽂이 등 행사 서비스 준비팀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겨우 작업을 마쳤다. 다행히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1월 28일 ‘한국의 밤’은 그날 열렸던 ‘일본의 밤’과 비교되며 여러 행사 중 가장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귀하신 몸’ 인삼·막걸리가 제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