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설탕으로 접시 여백에 그림 장식
음식 주문한 사람 얼굴도 그려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그림 같다”고 곧잘 칭송한다. 그런데 아예 그림을 접시에 담는 다면? 식용 슈거파우더를 이용해 사람 얼굴 등 이미지를 재현하거나 글씨 등을 쓰는 카빙 플 레이트 데코레이션(일명 슈거 프린팅) 얘기다.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먼저 그림이나 시조 문구 등을 필름에 새겨 초안을 만든다. 이를 조각칼이나 가위로 오린 뒤 검은색 석회암 그릇에 펼치고 흰색 파우더를 뿌린다.

이런 슈거 프린팅을 처음 시도한 셰프는 현재 샘표 식문화연구소인 ‘지미원’의 이건호 원 장. 24년간 양식과 한식요리를 해온 이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도 국빈 만찬행사를 총괄 진행하며 이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카빙 플레이트 데코레이션’은 최근 국가가 인정 하는 자격증(농림축산식품부 등록)에도 등재됐다.

이 원장은 “2008년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를 방문했을 때 펄럭이는 천에 새겨진 다양한 그 림과 글귀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여러 번 시행착오를 통해 이젠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의 폭도 넓어졌고 시간도 단축됐다”고 말했다.

슈거 프린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서울 한남동의 모던한식 레스토랑 ‘시화담’ 이다. 이 원장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총괄셰프를 하면서 플레이팅 체계를 다져놓았다. 현 재는 오청 사장이 이끌면서 신윤복의 풍속화 ‘주유청강’ 등을 세련되게 구사한다.

방문 전 미리 요청하면 본인의 얼굴을 접시에 담아내는 서비스도 한다. 배우 최민식과 프랑스 출신의 명감독 뤼크 베송 등이 이런 혜택을 누렸다.

최고급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호텔에서도 색다른 미식 경험으로 활용한다. 롯데호텔서울의 한식당 무궁화는 오는 22일 ‘한식! 화폭에 담다’라는 미식회를 연다.

서해 꽃게찜, 소국꽃으로 감싼 홍시 설화 차돌박이 튀김 등 8가지 코스로 구성되는 이번 미식 회에선 제기차기·씨름 등 풍속화 속 한국인 모습과 조선시대 선비의 시조 등을 접시에 재현 한다.

롯데호텔 측은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예술적인 만족도를 주려는 것”이라며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가 곧 한국 편으로 발간된다는 소문도 있어 특 별한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이번 플레이팅은 무궁화의 수장이자 국빈 행사 경험이 많은 천덕상 셰프가 총괄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