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릴레이 - 박찬일 셰프편

새벽마다 아이스박스 메고 생선 장 봐와
연구 또 연구 징하게 공부하는 요리사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갖은 레시피를 공개하니 사람들이 말한다. “그런 비법을 다 알려주시면 어떡해요.” 최근 내 첫 책(『사부의 요리』)에서도 밝혔듯 나는 그런 데 연연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다른 요리사들이 따라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요리사에게 중요한 건 인성이다. 43년간 칼 잡고 팬을 돌리면서 숱한 사람을 만났다. 덴 적도 많다. 나는 사람을 뽑을 때도 기술 이상으로 인성을 따진다. 이왕이면 더 맛있게, 더 좋은 재료로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진실한 밥상을 만들어낸다.

그런 면에서 박찬일(‘로칸다 몽로’ 오너셰프)은 내가 참으로 아끼는 후배다. 10여 년 전 내가 압구정동에서 운영하던 ‘목란’에서 손님으로 알게 됐다. 내가 해준 동파육을 먹고 덥석 껴안으며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이 납니까” 하곤 했다. 늦깎이인 서른네 살에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떠났다 돌아와 고생도 많이 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자기 색깔이 분명한 요리사로 자리 잡았다.

‘몽로’의 닭튀김을 보라. 하얀 라이스 페이퍼(rice paper)를 꽃처럼 말아서 장식했다. 바삭바삭 튀김옷을 씹으면 양념이 잘된 닭살이 부드럽게 씹힌다. 명란 파스타도 일품이다. 박찬일은 메뉴 하나 내놓을 때도 남의 것을 복사하는 법이 없다. 설사 실패한대도 모방해서 바꾸기보다 자기 식대로 개선한다. 대단한 뚝심이다.

‘몽로’가 골목 안 외진 데 있어도 찾는 손님이 많은 게 그 때문일 게다. ‘이탈리아 선술집’ 콘셉트인데 안주 값을 두고 가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박찬일 요리 방식이 재료에 많이 투자하는 거라 그렇다. 사람들이 재료는 몰라보고 가격만 따지니까.

가끔 최고가 중화요릿집과 ‘목란’을 1대1로 비교하는 글을 본다. 매장 규모, 인테리어, 직원 교육 등이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나란히 놓고 볼 수가 있나. 일반인은 접근조차 못할 가격의 그런 집이 기준이면 ‘목란’은 빵점 맞을 게다. 그런 비교는 셰프가 인정하지 않는다.

내게 박찬일은 늘 공부하는 요리사다. 맛있고 유명한 집은 다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책으로 남긴다. 최근까지 새벽마다 아이스박스를 메고 노량진수산시장엘 다녔다. 수십 마리 생선을 사 들고 와서 연구하고 조리했다. 그 때문에 허리도 어깨도 상했다. 날 더러 “몸 좀 챙겨 가며 일해요”라고 하는데 나도 대꾸한다. “너도 장난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