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괴물의 목표는 같다 - 그랜드슬램
1인자는 하나, 리우에서 결판낸다
김.태.훈

김태훈과 파르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김태훈(22)에겐 올림픽만 남았다. 남자 태권도 -54kg급에서 아시안게임(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2014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2015년)를 제패했다. 금금금의 향연 후 남은 건 단 하나,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달성이 코앞이다.

파르잔 아슈르 자데 팔라(20·이란)도 올림픽만 남았다. 파르잔은 2014년 성인무대에 데뷔해 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월드그랑프리파이널 -58kg급 금메달을 휩쓸었다.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58kg급 금메달도 그의 차지였다. 그랜드슬램까지 한 뼘, 올림픽만 남았다.

  • 파르잔 아슈르 자데 팔라
  • 20·이란
  • 2015년 세계선수권 남자 -58kg급 금메달
  • 2014년 아시아선수권 남자 -58kg급 금메달
  • 2014년 아시안게임 남자 -58kg급 금메달

-54kg급과 -58kg급, 김태훈과 파르잔의 세계는 평행했다. 그러나 대결은 예고돼 있었다. 올림픽과 월드그랑프리에는 -54kg급이 없기 때문이다. 김태훈은 -58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그곳에는 파르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드슬램 달성?
지금은 올림픽만 보인다" - 김태훈 인터뷰 중 -

오늘부터 내 '앞발'은 오른발이다

김태훈은 지난 2014년 월드태권도그랑프리파이널 58kg급 준결승전에서 처음으로 파르잔과 맞붙었다.

코치는 김태훈에게 조언했다. 파르잔을 이기려면 오른발을 앞에 두고 공격해야 한다고. 하지만 김태훈은 익숙한 왼발 자세를 포기하지 못했다.

결과는 파르잔의 압승. 세계랭킹 1위의 영광도 파르잔이 가져갔다.

패배 후 김태훈은 두 달간 오른발을 앞에 두는 연습만 했다. 왼쪽 태권도화에 적힌 ‘앞발’ 글자를 지우고 오른쪽 태권도화에 ‘앞발’을 써넣었다. 파르잔을 꼭 꺾고 싶었다.

1승 1패, 균형은 올림픽에서 깨진다

1년 후 둘은 재회했다. 2015년 월드태권도그랑프리 파이널 -58kg급 결승전에서다. 오른발을 앞에 둔 김태훈의 전략은 통했다. 금메달과 세계랭킹 1위는 이번엔 김태훈 차지였다. 우승보다도 파르잔을 꺾은 게 더 기뻤다. 하지만 김태훈은 생각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54kg급 결승에서 대만의 황위런을 꺾고 금메달을 딴 김태훈이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중앙포토 ]

운이 좋았을 뿐,
다시 붙는다면 결과는 알 수 없어

1승 1패,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김태훈과 파르잔에게 리우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 김태훈
  • 남자 -58kg급
  • 2014년 아시안게임 남자 -54kg급 금메달
  •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kg급 금메달
  • 출생 : 1994년생 8월 15일
  • 나이 : 22세
  • 신장 : 183cm
  • 발사이즈 : 255mm
  • 장점 : 긴 다리

얼굴 깊숙이 꽂는 앞발 돌려차기

김태훈의 주특기는 앞발 돌려차기다. 발을 안쪽으로 돌리며 얼굴 상단을 가격하는 기술이다. 빠르게 직선으로 무릎을 접어서 들어 올리는 게 특징이다.

김태훈은 큰 키(183cm)와 긴 다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앞발 돌려차기를 자주 사용한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릎의 위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큰 키(183cm)와 긴 다리는
58kg급에서 강력한 무기죠

김태훈의 앞발 돌려차기는 남다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릎의 위치가 높아서 상대방 얼굴 상단에 깊숙이 꽂힌다. 긴 다리 덕분이다. 박종만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은 “-58kg급에서 김태훈의 큰 키(183cm)와 긴 다리를 활용한 앞발 돌려차기는 강력한 무기”라고 설명했다.

Q. 체력 고민이 많았다던데.

그렇다. 상대 선수들보다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경기 막바지에 갈수록 체력도 현격히 떨어졌다.

"이제 외국 선수에게 체력 안 밀린다"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근육량이 늘다보니 힘에서 안 밀린다. 확실히 효과를 느낀다.

Q. 외국과 한국 선수의 차이가 있나?

외국 선수들은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경기 자체를 즐긴다고 해야 하나? 외국 선수들은 동메달을 따도 환하게 웃는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으니 후회가 없다는 식이다.

"한국 선수들 금메달 중시해 경기 즐기기 어려워"

한국 선수들은 메달 색깔, 1등을 중요시하다보니 경기 자체를 즐기기가 어렵다. 이런 건 정말 외국 선수들한테 배워야 할 점이다. 국민들도 메달 색깔이 아닌 선수들의 흘린 땀에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Q. 외국 선수들 실력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평준화 됐다. 아직도 “대한민국 선수가 대회 나가면 무조건 금메달”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정말 아니다. 2013년도에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도 금메달 따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컨디션과 운이 승패 좌우"

이제 시합에 나서기 전까지는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그날의 컨디션과 운이 좌우할 뿐이다.

Q. 태권도가 '발펜싱'이 됐다는 말도 있는데

발로 차는 게 아니라 밀어 찌르는 것 같다고 ‘발로 하는 펜싱같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안다.

기분은 안 좋다. 선수들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경기 규칙과 채점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에 맞추지 않을 수가 없다.

"발펜싱 소리 들을 때 마다 정말 속상하다"

전자호구 채점방식으로 바뀌면서 일정 강도 이상만 타격을 가하면 점수가 오른다. 채점 방식이 그렇다보니 경기 운영 방식과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경기 규칙이 살짝만 바뀌어도 적응하고자 엄청난 시간을 들여 연습한다. ‘발펜싱’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정말 속상하다.

Q. 리우 올림픽 후 뭘 하고 싶나.

운동 안 할 거다. (웃음)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쉴 거다.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할 거 없으면 나가서 영화도 보고 그냥 평범하게 놀고 싶다.

"1~2주 만이라도
운동 안하고 지내봤으면"

태릉선수촌에서도 하루 이틀은 외출 받아서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안 편하다. 집에 가서 맘 편하게 1~2주 정도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