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제삿날이 또 돌아왔다, 명절남녀의 속사정

명절남녀, 속마음을 엿보다

설날이 코 앞입니다. 그리운 고향, 보고 싶은 가족ㆍ친구들···. 매년 설날 '귀향 전쟁'을 치르면서도 고향에 가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소셜 빅데이터와 인터뷰를 통해 ‘명절 남녀’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Chapter 1

데이터가 말해주는 이야기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 1월 18일까지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명절ㆍ제사 관련 글 총 1억 건의 데이터를 모았다. 이중 댓글을 제외하고 명절ㆍ제사와 직접 관련 있는 글 5만1022건을 추려 LG CNS의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스마트 SMA로 분석했다.

명절과 제사와 관련된 감성 연관어 1위는 “힘들다(9386건)”였다. 운전해서 힘들고, 음식 하느라 힘들고. 명절ㆍ제사 마치고 돌아오면 부부싸움 해서 힘들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좋아하다”(2위ㆍ8292건)와 “즐겁다(3위ㆍ7686건)”, “맛있다(4위ㆍ7385건)”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가 뒤를 잇는다는 점이다. 힘들지만 즐겁고, 즐겁지만 힘든, 명절에 대한 양가(兩價) 감정을 보여준다. “힘들다” 외에 부정적인 연관어로는 “어렵다(5위ㆍ7130건)”와 “싫다(6위ㆍ4498건)” “스트레스받다(7위ㆍ3938건)”가 꼽혔다.

단어로 본 '명절 남녀'

명절ㆍ제사에 대한 남녀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성별 구분을 위해 남초ㆍ여초 커뮤니티를 구별해 글을 분석한 결과, 여초 커뮤니티(3761건)에 명절ㆍ제사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LG CNS 이승아 선임 연구원은 “여초 커뮤니티에는 특히 부정적인 반응이 높았다”고 말했다. 여성의 명절ㆍ제사 관련 단어는 시댁-남편-친정-시어머니 순이었고, “일하다” “준비하다” “짜증 나다” 같은 단어가 관련어로 꼽혔다. 반면 남성의 단어(글 116건)는 먹다-싫다-엄마-음식-여자친구 순으로 꼽혔다. 명절 용돈(1976건)은 평균 “20~30만원을 드린다”는 내용이 많았다.

명절제사, 앞으로 어떻게 할까

제사의 오늘과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제사와 관련된 단어는 “간단하다(3259건)” “줄이다(2256건)”가 가장 많았다. 제사를 간단히 지내거나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래와 관련해서는 “없어지다(4243건)” “폐지하다(504건)”가 가장 많았다. 제사 폐지 연관어가 많은 것은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글이 올라온 영향으로 보인다.

Chapter 2

그 남자의 이야기

또 돌아왔다. 그래도 이번엔 낫다. “혼사를 앞두고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기에 이번 설날 제사는 넘어가기로 했다. 어머니도 고생 좀 덜하시겠지.

어릴 땐 마냥 명절이 좋았다. 맛난 음식 먹고, 친척 만나고…. 머리가 굵어지며 생각이 달라졌다. 어머니의 굽은 등이 자꾸 눈에 밟혔다.

어머니는 종갓집 둘째 며느리다. 하지만 종손인 큰아버지가 이혼하시며, 제사는 어머니 몫이 됐다. 3대 제사를 지내다 보니, 두어 달에 한 번씩 제사가 돌아왔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50명 넘는 손님치레를 하셨다. 한 끼 준비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최근에는 큰아버지네 며느리가 들어오면서 밥은 각자 집에서 먹고 제사만 지내기로 바꿨다. 그래도 일이 넘친다. 내 나이 올해 서른셋.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자 친구는 우리 집안 제사 이야기를 반기지 않는다. 이래서 결혼할 수 있을까.

제사, 어떻게 하고 싶냐고? 부모님 세대야 농사짓고 친척들 이웃에 모여 살았으니 제사 지내는 일이 당연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젠 사촌도 남이라고 하는 시대다.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친척들, 그리고 조상 때문에 왜 우리가 고생해야 하나.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제사를 생략하고 싶다. 기일에만 간단히 찾아뵙고 인사하는 것이 낫지 않나. 사실 명절 제사 때문에 남자도 힘들다. 아내가 힘드니 부부싸움이 나고, 남자도 음식준비 돕는다고 바쁘다. 미래의 아내도 나와 결혼하는 것이지 내 부모와 결혼하는 게 아니지 않나. 가족끼리 모여 음식 나눠 먹고 여행가고 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을 것 같다. 제사, 이제 지내지 말자!

Chapter 2

그 여자의 이야기

40대 며느리다. 나는 제사가 좋다. 진심이냐고?

지난 14년 동안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3대 조상 제사로 두 달에 한 번 제사상 차리는데 안 힘들리 가 있겠나. 둘째 며느리지만, 일은 똑같이 한다. 여느 며느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할 말을 한다는 것이다. 전엔 수정과까지 직접 했지만 “이젠 힘들어서 못 한다”고 했다. 만두 빚기도 못하겠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10년 전 돌아가시고 재작년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음식 가짓수를 줄였다.

그렇게 고생스러운데 왜 좋다고 하느냐고?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인 아이들에게 핵가족 시대 ‘가족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어서다. 친척과 모여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지내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우리 전통문화와 가족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 제사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시대에는 제사는 사라지지 않을까? 아이들이 싫다고 하면 일부러 하라고 하고 싶지 않다.

발행일 : 2018. 02. 14

  • 기획 김현예
  • 개발 김승섭, 전기환
  • 디자인 임해든
  • 소셜 데이터 분석 LG CNS